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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일기

택시요금 대신 받은 채소와 야채 기분은 Good~~!!

by 보거(輔車) 2008.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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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굉장히 추웠던 날의 이야기다.

천안의 모 아파트 앞 택시승강장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힘겹게 보자기를 머리위에 이고 자그마한 구르마(손수레)를 끌고 걸어 오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사이드미러에 보이기에 트렁크 열림 단추를 누르고 차에서 내려 짐을 실어 드렸다.

목적지는 그곳에서 그리 멀지않은 시골동네.

날도 추운데 뭐그리 무거운거를 이고지고 댕기셔요.
어~ 아파트 앞에서 내가 야채,채소 파는디 개미새끼 한마리도 없네. 조금 있으면 아들이 데리러 온다는데 언제 기달려 그래서 택시타고 가는거지~
몸 챙기시야지 이렇게 추운날은 좀 쉬시야지요.
몇년을 살살 나와서 장사했는디 어떻게 셔...  사람구경도 하고 좋지...

그런식의 몇마디를 나누며 동네입구에 도착하니 세워 달라는 할머니...

처음 택시를 타기위해 걸어오시던 모습이 생각나 집이 어디셔요. 집앞에 까지 가유 추워죽갔는디 저거 이고지고 또 가실라구?
아녀... 집앞에 길도 좁고 언능가서 돈 벌어야니께 그냥 여기서 내려주믄 댜..
아이구 걱정마셔요. 직업이 운전인디 그거 힘들어서 쓰겄슈?

잠시동안의 승강이가 있은후 마지못해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가르쳐 주신다. 둘러보니 차 돌릴곳이 마땅치 않아보이기에 차를 돌려 후진으로 집앞에 도착.~

택시요금 4,300원  

택시요금을 받고 짐을 내려 드리려는데 못내 미안하셨는가 보다.
집앞에 내려드리는 짐보따리를 그자리 앉아 풀어재끼신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한보따리 급하게 큰 비닐봉지에 담아 트렁크에 다시 얹어 주신다.
괜찮다고 몇번을 사양했지만 고집을 꺽을 순 없었다.
힘들게 파신느 물건인데 나에게 이렇게 퍼주신 것이 못내 미안해서 좀전에 받았던 택시요금을 완강히 거부하시는 할머니의 고집을 꺽고 주머니에 넣어 드렸다.

그렇게 내려드리고 나오는 길  왼지모를 기분에 취해 길가에 차를 세우고 담배한까치 피워 불었다.

이런게 사람사는 정일까?

저녁시간이 되어 동료기사와 매일 가는 식당에서 밥을먹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식당아주머님의 한마디 야채 가꾸와봐.~  내일 반찬꺼리 맹글게.~~~~

택시요금으로 받은 물건은 그날 저녁 나의 밥값이 되어 식당아주머님께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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